헤어질 때 아쉬운 걸 보니까, 우리 친구였나 봐요

추후의 게시물에서 더 밝히겠지만, 저는 곧 네이버에서 퇴사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을 붙여가며 일하는 제 성격상 이별을 통보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3년 전 네이버에 입사한 이후로 소중한 경험을 잔뜩 쌓았습니다만, 예상하지 않았던 범주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과 섞여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LINE과 합을 맞출 일도 있었지만, 우리 조직이 개발하는 제품에 중국 청두시에 위치한 네이버 지사의 현지 인력도 개발과 QA에 깊게 참여했거든요.

한국에 있는 제가 속한 조직, 그리고 우리와 깊게 협업하는 중국 청두시 소속의 조직에 제가 붙인 "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오래 부대껴 봤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생긴 무언가 이상이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입니다. 제한된 인력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개의 라이브 서비스를 운영하며, 그 와중에 리팩토링도 수행하고, 아예 개념을 새롭게 정비하여 리뉴얼한 서비스를 오픈하며, 이를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올리는 작업도 수행하고, 어느 날 갑자기 DR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들이닥치며, 네이버 사업 확장에 따라 다루는 데이터의 양은 점점 커지는 와중에 플랫폼 비용의 절감을 요구받는 등. 각자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1].

바로 그렇기에 지난 11월 3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주변 팀원과 조직장께 퇴사를 통보하는 과정이 괴로웠습니다만, 7일 중국 팀에게 이를 알리는 것은 그 이상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끼리는 퇴사 후에도 쉽게 연락할 방법이 있는데 중국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이것이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는 원리일까요. 언어도 안 통하는 사람들끼리 헤어지는 걸 서로 이렇게 아쉬워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걸 굳이 꺼내어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가, 작별을 고하는 순간에 와서야 비로소 확인된다는 건 한편으로 슬픈 일입니다 [2].

한국 팀과 중국 팀 모두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냥 일로 엮여있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래서 들어있는 정의 크기가 이 정도인 줄은 저도 몰랐어요. "헤어질 때 아쉬운 걸 보니까, 우리 친구였나 봐요" 로 요약되는 제 심정은, 슬프지만 한편으로 놀랍고, 예상치 못했기에 더 여운이 남는, 그런 감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1] 또한 한중일 3국 모두 COVID-19 범유행을 겪었고, 이 때문에 청두시는 도시가 봉쇄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2] 제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한 것의 의미를 너무 확대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만, 국적이고 인종이고 성별이고 그런 거 상관없이 섞여서 일하고 목표를 공유할 기회가 드물지 않은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체성으로 선 긋는 문화에 휩싸여서 상처를 주고받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