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에 대하여: 대중의 힘과 전문가의 힘

대한민국의 유권자 대중은 2022년 대선에서 지난 정권을 심판하며 보수의 손을 들어주다가, 2024년 총선에서 보수를 심판하며 대중은 어떠한 정치 권력이라도 심판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8명의 헌법재판관은 어제 치밀한 법리 검토 끝에, 위헌·위법한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파면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심리 기간이 너무 길다고 느꼈을거고, 누군가는 대통령 파면의 결정을 대중이 아닌 "소수의 사법 엘리트"에 맡기는 것이 불만이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고는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에 더하여, 우리가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사회적 판단의 "정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파면을 대중의 힘으로 실행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고통과 피가 따르는 일입니다. 설령 국민소환과 같은 정치적 방안이 도입되었다고 하여도,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탄핵이 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진영을 너머 두루 공감할 수 있는 논리를 획득하고 사회적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이 사건이 역사의 영역에 이르렀을 때에나 가능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소수의 특권 계급이 국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습니다. 그러한 시대를 21세기에 다시 소환하려는 불순한 의도의 계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법 감정과 피 끓는 정의감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중요한 만큼, 소수라 할지라도 치밀하게 숙고하며, 대중의 갈망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전문가 집단이 사회적 고통과 비용을 크게 아껴줄 수 있어 중요합니다.

이번 탄핵 심판이 그러한 사례가 되겠습니다.